예산안 심사, 국회는 깎을 수는 있어도 혼자 늘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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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넘기면서 정기국회의 가장 긴 심사가 시작됐다. 여야가 어느 사업을 늘리고 줄일지를 두고 부딪히는 장면이 12월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이 싸움에는 헌법이 정한 비대칭이 있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깎을 수는 있지만, 늘리거나 새 항목을 만들려면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이 조항 하나가 예산 국면의 협상 구도를 바꾼다.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심사의 틀과 날짜, 그리고 기한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 정리한다.

핵심 정의 — 누가 만들고 누가 확정하나
헌법 제54조는 역할을 나눠 둔다.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고, 예산안을 편성하는 쪽은 정부다.
예산은 법률과 다르다. 국회의원은 법률안을 스스로 발의할 수 있지만 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할 권한은 정부에만 있다. 국회는 들어온 안을 고치는 자리다.
그리고 고치는 방향에 제한이 걸린다.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적는다.
깎기는 쉽고 늘리기는 어렵다
이 조항 때문에 예산 심사는 두 갈래로 나뉜다.
| 국회가 하려는 것 | 정부 동의 |
|---|---|
| 감액 | 필요 없다 |
| 증액 | 필요하다 |
| 새 비목 설치 | 필요하다 |
그래서 심사 막바지에는 감액과 증액이 교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국회가 어떤 사업을 줄여 재원을 만들고, 그 재원을 다른 사업에 넣으려면 정부가 동의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의 입지도 여기서 갈린다. 정부와 같은 편인 여당은 증액에 동의를 얻기 쉽고, 야당은 감액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크다. 누가 다수당이냐와 별개로 작동하는 비대칭이다.
날짜는 헌법과 법률에 박혀 있다
제출과 의결의 기한도 정해져 있다.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하도록 한다. 회계연도는 1월 1일에 시작하므로 의결 시한은 12월 2일이다.
제출 시한은 국가재정법이 더 앞당겨 두었다. 같은 법 제33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내도록 한다. 예산안이 9월 초에 국회로 넘어오는 이유다.

11월 30일을 넘기면 자동으로 올라간다
의결 시한을 지키게 하려고 국회법에 장치가 하나 더 들어 있다.
국회법 제85조의3은 위원회가 예산안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정한다. 기한까지 끝내지 못하면 그다음 날 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
예외도 있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한 경우에는 자동 부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의장이 지정한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도 같은 방식으로 본회의에 올라간다. 이 부수 법률안 지정 범위를 두고 제도 손질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 조항이 만든 효과는 분명하다. 심사를 끝없이 늘려 예산을 볼모로 잡는 방식이 어려워졌다. 시한이 다가올수록 협상의 무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교섭단체 지도부로 옮겨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처리가 안 되면
헌법은 새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경우도 대비해 둔다. 제54조 제3항의 이른바 준예산이다.
이 경우 정부는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다. 다만 범위가 한정된다. 법률상 설치된 기관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 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을 위한 경비다.
새 사업은 이 목록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준예산은 정부에도 부담이 커서, 실제 협상에서는 시한 전후로 타결을 끌어내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장단점 — 이 구조가 만드는 것
장점은 재정 규율이다. 국회가 지역 사업을 경쟁적으로 얹어 총액이 불어나는 것을 증액 동의권이 막는다. 자동 부의는 해마다 반복되던 시한 파행을 줄였다.
단점은 국회의 재정 권한이 실질적으로 감액 쪽에 치우친다는 점이다.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쪽은 줄이는 수단은 있어도 새로 만드는 수단이 약하다. 증액 협상 과정이 공개 회의보다 비공개 협의에 기대는 경향도 여기서 나온다.
보는 방법
- 감액 목록과 증액 목록을 따로 본다: 증액 항목은 정부가 동의했다는 뜻이다
- 11월 30일 전후를 본다: 자동 부의 이후에는 협상 주체가 바뀐다
- 부수 법률안 지정을 본다: 세법 개정이 예산과 함께 올라가는지가 갈린다
- 12월 2일 처리 여부를 본다: 헌법이 정한 의결 시한이다
정기국회 전체 일정은 정기국회 미리보기에, 국회가 정부를 불러 따지는 다른 절차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대정부질문 48시간 규칙에 정리했다.
예산 심의와 증액 동의는 대한민국헌법 제54조와 제57조에, 자동 부의는 국회법 제85조의3에, 제출 시한은 국가재정법 제33조에 있다. 예산안 심사 진행은 국회가 공개한다.
요약하면 국회는 예산안을 깎을 수는 있어도 늘리거나 새 항목을 만들려면 정부 동의가 필요하다. 위원회 심사 시한은 11월 30일이고 넘기면 자동으로 본회의에 올라가며, 헌법상 의결 시한은 12월 2일이다.
올해 예산안 심사에서 가장 쟁점이 될 항목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댓글로 알려 달라. 의견이 모이면 분야별로 다시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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